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전반 무렵 제작된 청자 퇴주기이다. 퇴주기란 제사를 지낼 때에 잔에 담아 올렸던 술을 비워내는 그릇이다. 발鉢의 안쪽 바닥 부분인 내저면內低面을 뚫은 뒤에 호壺와 위아래로 접합하여 만든 것이다. 형태를 보면 전체적으로 균형과 비례가 뛰어나며 비취색을 띠고 있다. 발의 안쪽 면과 바깥 쪽 면 전체에 가는 음각선으로 모란과 넝쿨무늬인 당초문을 유려하게 새겼다. 빙렬이 도자기 전면全面에 가득 차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시각적으로 강한 장식성을 선사해준다. 기벽器壁도 매우 얇은 우수한 청자로 강진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고려시대 당시 최상위 계층이 사용했던 청자였을 것이다. 모란은 통일신라 문학 작품에서 꽃들의 인사를 받는 꽃 중의 왕으로 등장하고, 조선시대에 편찬한 고려시대의 역사서인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서는 모란의 모습이 왕의 훌륭한 덕德에 비유되기도 했다.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모습 덕분에 왕에 비유될 만큼 높이 평가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면 때문에 부귀영화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